“금방 먹고 나간다는데, 5명이라고 손님 쫓아낼수도 없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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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5인 이상 모임금지’ 첫날 혼선
“2명, 3명씩 나눠 앉아도 안된다니… 나름 지침보며 공부했는데 헷갈려”
손님 20명 몰린 탑골공원 커피숍
“따로 와서 합석하는걸 어찌 막나”

서울 식당도, 강원 스키장도 썰렁 수도권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 시행 첫날인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2, 3명씩 식사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오전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 스키장은 평소와
 달리 방문객이 줄어 한적했다. 방역당국은 24일 0시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전국 16개 스키장을 집합금지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 / 횡성=최혁중 기자
서울 식당도, 강원 스키장도 썰렁 수도권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 시행 첫날인 23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손님들이 2, 3명씩 식사하고 있다(위쪽 사진). 이날 오전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 스키장은 평소와 달리 방문객이 줄어 한적했다. 방역당국은 24일 0시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전국 16개 스키장을 집합금지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장승윤 tomato99@donga.com / 횡성=최혁중 기자
“솔직히 따로 오셔서 같이 얘기 나누는 것까지 어떻게 막겠어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있는 한 커피숍.

노년층이 많이 몰리는 지역답게 70대 이상으로 보이는 고객 20여 명이 삼삼오오 몰려 있다. 사실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에선 카페에서 취식이 불가능하지만 이곳은 식사나 주류까지 판매하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날부터 시행된 수도권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수칙에 어긋나는 광경은 곳곳에서 벌어졌다. 두세 명씩 앉아있다가도 아는 얼굴이 보이면 자연스레 건너가 앉았다. 이러다 보니 대여섯 명이 한자리에 앉는 건 예사. 카페 사장(63·여)은 “몇 년씩 드나드는 단골들이라 서로 낯이 익다. 오가는 것까지 뭐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21일 발표한 ‘수도권 공동 사적 모임 제한 방역지침’이 23일 0시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실제 시민들의 일상에선 혼란이 거듭됐다. 세부사항이 명확하지 않았던 데다 현실적으로 단속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음식점 등을 운영하는 일부 자영업자는 “고객들이 요구하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며 난감해했다.

실제로 돌아보니,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돈가스 전문점에서도 고객 5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장인 정모 씨(45)는 “금방 먹고 가겠다는데 쫓아낼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 씨도 “5명 이상 오시면 좀 나눠 앉아달라고 부탁드리긴 한다. 그런데 대놓고 기분 나빠 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아 대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식당에서는 고객 5명이 “일행인데 왜 떨어져 앉아야 하느냐. 옆 테이블에라도 앉게 해 달라”고 요구해 종업원이 진땀을 흘렸다.

업소들 역시 지침이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식당은 5명이 일행인 고객을 2, 3명으로 나눠 다른 테이블에 안내했다. 점장 정모 씨(39)에게 ‘지침 위반’이라고 지적하자 깜짝 놀라며 “나름 뉴스를 챙겨 보며 공부했는데 안 되는지 몰랐다. 과태료라도 물게 되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했다. 강남에서 스터디룸을 운영하는 박모 씨(45)는 “오늘 7명 예약한 모임이 있었는데 어제 3명, 4명으로 방을 나눠 주겠다고 안내했다가 뒤늦게 지침을 확인하고 예약을 취소했다. 단속을 당했으면 억울할 뻔했다”고 말했다.

일일이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사적 모임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크리스마스나 연말연시를 기다리던 젊은층들은 외부 장소의 모임 대신에 ‘홈 파티’로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취업준비생 지모 씨(25)는 “28일 대학 동아리 지인의 원룸에서 6명이 모여 송년회를 하려 한다”며 “원래 식당을 예약하려 했으나 이번 조치로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모 씨(23)도 “25일 저녁 고교 친구 6명이 모여 ‘크리스마스 솔로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미 파티용 물품을 다 구입해 취소하기 어렵다. 집에서 모이는 것까지 단속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5명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것은 예외를 찾아서 모임을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가급적 모임을 갖지 말아 달라는 뜻이다. 방역을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호소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코로나19#5인 이상 모임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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