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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일었던 벽지가 구름 가득한 분홍색 하늘이 됐어요”

이소정 기자

입력 2021-03-25 03:00:00 수정 2021-03-25 04: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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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나눔]행복얼라이언스, 결식아동 대상 주거환경 개선 프로젝트 진행
SK하이닉스-일룸 등 8개 기업 동참… 전국 5개 가정 주거환경 개선 나서
낡은 현관문은 튼튼한 철제문으로 깨진 창문 갈고 누수-침수 등 손봐
취약계층 아동에 ‘안락한 집’ 제공


행복얼라이언스는 15일부터 결식우려아동이 있는 5가구를 대상으로 주거 환경 개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 이천시에 거주하는 조수영(가명) 양(13)은 지난해 감기를 달고 살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원격수업이 이뤄지면서 하루 종일 냉기 가득한 집에만 있었던 탓이다. 흔히 집이라고 하면 ‘안락한 공간’을 떠올리지만 수영이의 집은 그렇지 않았다. 현관문은 유리가 깨져 모서리마다 청색 테이프로 막았다. 문틈에는 새어나오는 바람을 막기 위한 ‘뽁뽁이’가 붙어 있었다. 오래전엔 흰색이었을 벽지는 색이 변해 누렇다 못해 갈색이었다.

그랬던 수영이 집은 이달 19일 ‘대변신’했다. 낡아 들떠 있던 벽지는 구름이 그려진 분홍색 하늘로 탈바꿈했다. 찬 바람이 세차게 들어오던 현관문은 튼튼한 철제문으로 바뀌었다. 창문에는 뽁뽁이 대신 투명한 윈도 필름이 붙었다. 사회공헌 네트워크인 ‘행복얼라이언스’와 뜻을 같이한 8개 기업이 아이들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덕분이다.

○열악한 집, 질병·우울감 낳아

사회공헌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는 결식우려아동 가운데 다섯 명을 선정해 주거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 조수영(가명) 양의 방이 정돈돼 있는 모습(아래 사진). 행복얼라이언스 제공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안락한 집’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학교가 휴교하고 아동복지센터나 다문화센터마저 휴관하면서 취약계층 아동들이 하루 종일 머물 곳은 열악한 집뿐이었기 때문. 수영이 아버지 조모 씨(56)는 “형편이 어렵다 보니 주말에도 외출이 쉽지 않아 아이들이 일상의 대부분을 열악한 집에만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실시한 ‘2019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내 주거 빈곤을 겪고 있는 아동은 약 23만 명, 가구 수로는 15만 가구에 달한다. 이 아이들은 햇빛이 들지 않는 지하 등 저지대에 살거나 방이 하나에 불과한 단칸방에서 산다. 화장실이 없는 집에서 사는 아이들도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 10명 중 7명 이상이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한 질병을 경험했다. 누수와 침수가 반복되고 환기조차 잘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곰팡이로 인한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거나 아토피로 머리가 빠지는 식이다. 일부 아동은 귀에 벌레가 들어가 응급실에 간 경우도 있다.

이러한 아동의 주거권은 어른들의 부동산 이슈에 가려 상대적으로 정책 후순위에 놓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주거권은 전반적인 정서와 교육,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 많은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협력

사회공헌 네트워크 ‘행복얼라이언스’는 △한미글로벌(따뜻한동행) △SK하이닉스 △일룸 △전자랜드 △SK매직 △SKC △이브자리 △티앤씨재단 등 8개 기업과 함께 아동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나섰다. 아이들이 깨끗한 집에서 밝고 편안하게 성장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각 기업은 자신이 가진 자원을 기반으로 개선 사업에 참여했다. 티앤씨재단은 대상 아동 선정 작업을 벌였다. 올해 2월 도시락을 지원한 경기 광주시, 이천시, 용인시 지역의 결식우려아동 중 거주 조건이 열악한 아이들을 가려낸 것이다.

한미글로벌의 사회복지법인인 ‘따뜻한 동행’은 수혜 아동의 거주환경 현장 답사부터 집 수리 전반을 담당하는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맡았다. SK하이닉스는 도배, 장판을 지원했고 일룸, 이브자리, 전자랜드, SKC, SK매직 등 5곳은 가구, 이불, 가전 등 각자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했다.

이들은 최근 경기 이천 지역 다문화 저소득 가정의 주거 환경 개선을 완료했다. 이달 중에는 경기 지역의 기초수급, 청각장애 아동 등을 포함해 총 4곳의 주거 환경 개선을 완료할 계획이다.

행복얼라이언스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결식우려아동의 끼니 문제뿐 아니라 주거 빈곤의 문제도 함께 해결했다는 점에서 보람이 컸다”며 “앞으로는 아이들의 교육권 및 법률 지원 등에 힘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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