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全大 불출마… ‘대통령 뜻’ 팔다가 당권 멀어진 친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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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윤상현 ‘공천개입’ 후폭풍

서청원 의원
서청원 의원
여권 주류를 정할 새누리당 8·9전당대회의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김성회 전 의원에게 지역구 이전을 종용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의 녹취 파일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친박계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직격탄을 맞은 것은 서청원 의원이다. 그는 김 전 의원과 지역구(경기 화성갑) 공천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윤상현 의원 등이 서 의원을 측면 지원하다 사달이 난 것이다. 여기에 19일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 이전을 종용한 녹취 파일이 추가 공개되면서 청와대 개입 의혹마저 불거졌다.

서 의원은 결국 이날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정말 우려스러운 건 제가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서는 것”이라며 “제가 나서기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친박계 주류는 최 의원의 불출마 선언 후 서 의원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우려 했지만 ‘김성회 파일 폭탄’에 이마저 무산됐다.

비박(비박근혜)계 당권 주자들은 총공세에 들어갔다. 김용태 의원은 “대통령을 팔아 공천을 떡 주무르듯 자행한 진박(진짜 친박)들을 검찰에 고발할 것을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게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막장 공천’에 관여한 건지, (진박들이) 대통령을 속인 건지 정확히 말씀해 달라”고 압박했다.

주호영 의원은 ‘사찰 의혹’까지 제기했다. 주 의원은 “국회의원이 어떻게 다른 의원의 뒤를 알 수 있겠느냐. 공천 개입 정도가 아니라 범죄 행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의원은 1월 말 김성회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내가 형에 대해 별의별 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범(汎)친박계 당권 주자들도 친박계 주류와 선을 긋는 모양새다. 한선교 의원은 “윤 의원은 여러 측면에서 위태로운 점이 많았다”며 “(윤 의원이)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른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얘기해 ‘저 사람 너무 나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정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계파를 떠나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정병국 주호영 김용태 의원 등과 함께 선거운동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이주영 의원은 “분란의 확대 재생산보다 당의 대화합을 이루는 차원에서 (이번 논란을)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에선 ‘갈 곳 잃은’ 친박 표심을 겨냥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 의원은 3일 출마 선언 당시 “총선 과정에서 계파 이익을 챙기며 총선 패배 원인을 제공한 인사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최경환 의원을 겨냥해 친박계 주류의 반발을 샀다.

친박계 주류에선 ‘마지막 카드’로 홍문종 의원의 출마를 논의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전대에서 깔끔히 손을 떼야 한다는 의견과 홍 의원이라도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당 관계자는 “절대 강자가 없는 만큼 계파를 떠나 후보들 간 합종연횡이 빈번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박계 나경원 의원은 서 의원이 불출마하면 자신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혀온 만큼 불출마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전 대표는 ‘김성회 파일’ 논란과 관련해 “(공천 개입을) 막는 장치가 상향식 국민공천제였다. 그걸 다 이루지 못한 후회도 있고, 책임감도 느낀다”며 에둘러 친박계를 비판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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