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TPP는 美-베트남 모두에게 전략적 이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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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논의 앞둔 베트남에 비준 촉구

취임 후 처음으로 베트남을 공식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한 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이행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베트남 무기 금수 조치를 해제하고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을 지원 사격하는 동시에 인권 문제 개선을 촉구하는 행보도 병행했다. 또 베트남에서의 첫 만찬을 위해 셔츠 차림으로 하노이의 허름한 식당을 찾아 현지인들의 환호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문 이틀째인 24일 하노이 컨벤션센터에서 2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첫 대중연설에서 “TPP는 미국과 베트남 모두에 전략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베트남이 TPP에 가입하면 주변국에 덜 의지하고 동시에 더 많은 나라와 경제적 연대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TPP 12개 가입국 중 하나인 베트남은 이르면 7월 의회에서 TPP 비준동의안을 논의한다. 미국과 베트남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50억 달러(약 53조6000억 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베트남과 일본 순방 길에 TPP에 반대하는 연방 상하원의원들을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함께 태워 왔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폴리티코는 “TPP 회원국인 두 나라를 돌면서 TPP의 중요성을 느끼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미 의회가 연내 TPP 비준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회견에선 “TPP 때문에 미국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 가운데 신뢰할 만한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TPP에 반대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모두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노이 연설에서 인권 문제도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시하고, 방해받지 않고 집회할 수 있으며, 인터넷 및 소셜미디어에 접근할 수 있을 때 나라는 더 부강해진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 대사관에서 베트남 시민사회 지도자 6명을 만난 자리에서도 “베트남의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정부의 책무 등에는 우려할 만한 대목이 있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현지인들이 가장 환호했던 일정은 오바마의 ‘쌀국수 만찬’이었다. 그는 23일 저녁 하노이의 서민 식당 ‘분짜 흐엉 리엔’을 찾았다. 분짜는 쌀국수를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완자가 들어간 국물과 함께 먹는 베트남의 전통 음식이다. CNN 유명 음식여행 프로그램인 ‘파츠 언논(Parts Unknown)’을 진행하는 요리사 앤서니 보데인과 함께 식당에 들어선 그는 허름한 플라스틱 의자에 걸터앉아 분짜를 먹고 맥주를 병째 마셨다.

현지인들과 뒤섞여 자연스럽게 젓가락질을 하는 그를 보고 시민들은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보데인은 식사 후 트위터에 “오바마의 젓가락질은 제대로였다”며 음식값은 둘이 합쳐 6달러(약 7000원)였고 계산은 자신이 했다고 썼다.

식당 주인인 응우옌티리엔 씨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하기 몇 시간 전에야 경찰에서 연락을 해왔다. 미국 대통령이 우리 가게를 찾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기뻐했다.

‘쌀국수 외교’는 오바마가 처음 시도한 것이 아니다. 베트남 종전(1975년)과 수교(1995년) 후 처음으로 2000년 11월 베트남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남부 호찌민 시 중심가의 쌀국수 전문점 ‘포 2000’을 찾았다. 이후 ‘포 2000’은 세계적인 쌀국수 전문 체인사업체로 급성장했다.

오바마는 하노이 연설을 마치고 호찌민 시로 이동했다. 2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이세시마로 떠난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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