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천경자 위작논란 미인도 습작추정 스케치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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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가 대학에 작품기증 과정서 나와… 입매 등 미인도와 일치… 논란 새국면

지난해 12월 천경자 화백의 맏딸 이혜선 씨가 부산 부경대에 천 화백 유품에 포함해 기증한 여인 초상 스케치(위쪽 사진)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미인도’. 동아일보DB
지난해 12월 천경자 화백의 맏딸 이혜선 씨가 부산 부경대에 천 화백 유품에 포함해 기증한 여인 초상 스케치(위쪽 사진)와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미인도’. 동아일보DB
지난해 천경자 화백의 별세 소식 이후 다시 ‘미인도’의 진위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미인도 습작으로 추정되는 스케치 한 점이 천 화백이 남긴 작품 묶음 속에서 발견됐다. 감정 전문가들이 “‘미인도’ 습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인도 스케치’는 지난해 12월 천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가 부산 부경대에 모친이 남긴 작품과 화구, 생활용품 4000여 점을 기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기증에 앞서 작품을 검수하던 한 갤러리 대표가 익숙한 형상의 여인 초상 스케치를 찾아냈다. 몸을 비스듬히 옆으로 돌린 채 정면을 응시하는 여인의 얼굴이 문제의 ‘미인도’와 매우 흡사했다는 것. 이 갤러리 대표는 누렇게 변색된 헌 스케치북에서 뜯어내 새 스케치북에 붙인 이 그림을 촬영해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열람시켰다.

사진을 본 이들은 “직선으로 처리한 양쪽 볼 광대의 굴곡과 음영 터치, 꼭 다문 채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려 비튼 자그마한 입매, 얼굴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윤곽선 흐름 등이 ‘미인도’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정 전문가는 “이 스케치만으로 ‘미인도’ 진위를 판가름할 수는 없겠지만, ‘미인도’를 그리기 위해 작업한 천 화백의 습작 진본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제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인도’는 1979년 10·26사태 후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 집에서 압류돼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던 그림이다. 1991년 이 작품이 전시에 나오자 천 화백은 “내가 그린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미술관 측은 “3차례 감정 결과 진품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한편 ‘미인도 스케치’ 원본을 포함해 부경대에 기증했던 천 화백 작품과 유품은 지난달 말 임시전시실 개관을 하루 앞두고 이 씨가 모두 회수해갔다. 부경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임시전시실을 둘러본 이 씨가 통풍과 온습도 제어가 부실하다며 작품을 모두 가져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작품 기증 관련 협약 조인 후 발표한 2020년 천 화백 추모미술관 건립 계획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씨는 2010년 경기 양주시, 2012년 전남 고흥군에서도 모친의 작품과 유품을 기증하겠다고 했다가 ‘보관 설비 부실’ 등을 이유로 철회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천경자#미인도#위작논란#스케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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