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AI가 직업판도 흔들어… 일자리 사라지진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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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동아금융포럼서 기조연설하는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인터뷰

《 케네스 로고프 미국 하버드대 교수(63·경제학)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의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61)와 함께 쓴 명저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로 유명하다. 31일 열리는 ‘2016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로고프 교수는 이 책에 800년간 66개국이 겪은 금융위기를 연구한 결과를 담았다. 핵심은 “역대 금융위기는 ‘부채와 과다한 차입’이라는 비슷한 원인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경고가 쏟아져도 정책당국자들은 ‘이번엔 다르다’란 착각에 빠지기 때문에 위기가 반복된다”는 내용이다. ‘이번엔 다르다’는 신드롬에 쉽게 빠지는 당국자들에게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객관적인 자료로 일깨워준다. 》

 

31일 개최되는 ‘2016 동아국제금융포럼’의 기조연사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 벽면에 걸려 있는 일본 인도
 베트남 사진 앞에서 한국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얘기하고 있다. 그는 “한국 방문 후 한국 사진도 걸어놓고 싶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31일 개최되는 ‘2016 동아국제금융포럼’의 기조연사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 벽면에 걸려 있는 일본 인도 베트남 사진 앞에서 한국 방문에 대한 기대감을 얘기하고 있다. 그는 “한국 방문 후 한국 사진도 걸어놓고 싶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위기 전문가’인 만큼 냉정하고 차가운 인상일 것이란 짐작과 달리 지난달 27일 오후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시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약속 시간에 맞춰 방문을 미리 열어놓고 상냥한 미소로 기자를 맞았다. 그는 인공지능(AI)이 바꿔놓을 금융의 미래, 세계 경제 전망 등에 대해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로고프 교수는 ‘동아국제금융포럼 참가를 매우 고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친필로 써서 동아일보에 전달했다.
로고프 교수는 ‘동아국제금융포럼 참가를 매우 고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친필로 써서 동아일보에 전달했다.
로고프 교수는 학창시절 프로 체스 선수였다. 그는 2010년 한 기고문에서 ‘1996, 1997년 당시 세계 체스 챔피언이 딥블루라는 IBM 컴퓨터에 패배한 사건’을 언급하며 “앞으로 AI는 경제·사회 발전을 이끄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AI가 금융산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까.

“신용카드사가 수상한 거래를 찾아내는 기술 등을 포함해 AI는 이미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몇몇 분야는 사람의 개입이나 2차 사고(second guessing)가 오히려 업무 성과를 떨어뜨릴 정도다.”

―고객의 복잡한 요구나 미묘한 감정을 읽어내는 것도 기계가 사람보다 나을 수 있을까.

“금융사의 자동응답시스템은 자기들 시간을 절약하려고 고객 시간을 낭비한다. 지시 사항에 따라 1번, 2번을 누르면서 지루하게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AI 기술이 발달하면 전화를 건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금방 알아내는 시스템이 생길 것이다. 수많은 거래 데이터 등을 통해 개별 고객의 특성이 파악되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전화상담원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기계(AI)를 대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느끼는 날이 올 것이다.”

―AI가 사람들 일자리를 다 빼앗게 되는 것인가.


“단순 업무들은 상당한 위협을 받을 것이다. 금융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일자리(교수)나 당신 일자리(기자)도 앗아갈 수 있다. 경제학계에서도 중요한 논쟁거리다. 어떤 학자는 ‘AI가 모든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보지만 다른 쪽에선 ‘역사적으로 볼 때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나 역시 AI가 일자리를 없애진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일자리 판도를 크게 바꿔놓을 것이다.”

로고프 교수는 글로벌 경기에 대해 “침체(recession)가 아니라 경기하강(slowdown)으로 본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럽의 부채위기, 최근 중국과 신흥시장의 동요는 일종의 부채 슈퍼사이클(Debt Super Cycle)”이라고 진단했다. 부채 슈퍼사이클은 ‘부채 누적으로 자산가격이 상승하고 이에 따른 담보가치 상승으로 다시 부채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일컫는 용어다. 자산 거품이 꺼지면 이 과정이 급격하게 역전되면서 큰 위기가 닥친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과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는데….


“중국 경제는 향후 5년 정도 심각한 경기하강 국면을 맞을 것이다. 정치와 경제 구조의 근본적 모순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수출과 국영기업 중심의 성장을 내수와 민간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정부의 의사결정 구조는 중앙집권화하면서 경제구조를 분산화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쉽고 간단하게 대답할 수 없어 유감이다. 하지만 한국이야말로 대단히 창의적인 사회라고 늘 생각해왔다. 한국이 참고할 나라는 이스라엘 같다. 이스라엘도 매우 창의적인 사회인데 한국과 다른 점은 수많은 스타트업과 혁신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한국의 삼성, 현대자동차, LG 같은 대기업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그들이 영원할 수 없다. 그 자리를 채울 중소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한국과 이스라엘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그중 하나가 금융 부문이라고 본다. 한국도 이스라엘처럼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더 실질적인 금융 지원이나 투자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한국의 은행들은 한 번의 큰 성공을 위해 스무 번의 실패를 감수할 준비가 돼 있는가.”

케임브리지(매사추세츠)=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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