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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Special Report]알약 대신 앱-게임-챗봇 처방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 정리=김윤진 기자

입력 2020-05-27 03:00:00 수정 2020-05-27 04: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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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영역 넘보는 디지털 헬스케어

과연 ‘디지털 헬스케어’로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수술을 하거나 약을 먹어야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기술이 엄연히 치료제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의료와 헬스케어에 스마트폰, 웨어러블,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블록체인 등이 융합되면서 태동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엄연히 ‘치료제’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디지털 기술로 환자 데이터를 측정, 공유, 분석, 전송할 수는 있지만 치료까지는 어렵다고 보던 통념을 뒤집는다.

흔히 약이라고 하면 입으로 삼키는 알약, 피부에 넣는 주사약을 떠올리기 쉽다. 약의 범주만 살펴봐도 1세대 신약은 알약이나 캡슐의 형태로 제공되는 저분자 화합물, 2세대 신약은 주사제로 맞는 단백질 혹은 항체, 3세대 신약은 세포 치료제다. 이런 전통적인 약에 추가된 ‘새로운 종류의 약’이 디지털 치료제인 셈이다.
○ 디지털 치료제란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약과 달리 스마트폰 앱, 게임, 챗봇 등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환자를 치료한다. 이 분야가 독립적인 범주로 다뤄지고 각광 받게 된 까닭은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인허가 사례가 늘면서다.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서 가장 앞선 회사 중 하나이자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치료용 게임을 개발해 인허가 심사를 받고 있는 알킬리 인터랙티브의 에디 말투치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치료 효과가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그 치료제가 게임이라는 형식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다양한 회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며 치료 대상도 당뇨, 수면 장애, 우울증, 심혈관 질환, 중독, 뇌졸중, 치매 등을 망라한다. 이 같은 디지털 치료제의 장점 중 하나는 ‘무한한 확장성(scalability)’이다. 알약이나 주사를 수백만 명에게 한 번에 배포하기는 어렵지만 수백만 명이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게임, 가상현실(VR)에 접속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즉 수많은 사람에게, 예를 들어 국가 인구 전체를 상대로 동시에 약효를 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소프트웨어를 통해 비대면 치료 효과를 제공할 수도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만성질환 환자들이 병원 치료를 제대로 못 받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미국 등지에서는 디지털 치료제를 통해 비대면으로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의견도 대두됐다.

이런 시장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제약사에 디지털 치료제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할지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다국적 제약사들은 피할 수 없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회사에 투자하거나 협업 중이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 스타트업인 페어 세러퓨틱스가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로부터 시리즈 A, B, C 투자를 유치하고, 노바티스의 자회사 산도스와는 중독 치료제 시장 출시를 위해 협력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 협업 전략은 어떻게?


전통적인 제약사들 입장에서도 디지털 치료제 기업들에 대한 투자 및 제휴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개발 기간과 비용이 적게 들 뿐만 아니라, 덜 침습적이고 체내에서 직접 작용하는 게 아니어서 부작용이 적고, 기존 약의 효과를 보조하거나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디지털 치료제를 내부적으로 개발할 것인지, 외부와 협력할 것인지, 기존 약과 완전히 별개로 개발해야 하는지, 전통적인 약과 함께 사용해야 하는지가 최대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이 기회를 틈타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연구자나 스타트업들도 효과적인 관계 설정을 위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아직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의 협업 모델이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된 글로벌 임상 연구, 인허가, 사업성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도 손놓고 있으면 글로벌과의 격차가 하루가 다르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아직 해외 제약사들도 출발선을 나선 지 5년도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주도권을 잡기에 늦지 않았다.

현재 디지털 치료제를 둘러싼 연구, 투자, 규제, 보험 적용, 처방 등은 모두 과도기 단계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직간접의 영향을 받게 될 헬스케어 기업들은 향후 규제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 보험 적용을 받게 될 것인지, 의사가 과연 처방할 것인지, 환자가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도입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개발사들의 사업 전략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디지털 치료제도 결국 기존 약과 같이 임상시험을 거쳐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하고,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받고, 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 보험사와 정부를 설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의사가 처방을 해줘야 하며, 더 나아가 환자가 실제로 사용을 해줘야 한다. 유망 분야에 대한 관심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이해와 준비가 동반돼야 한다. 그래야 디지털 치료제가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고 향후 의학적, 산업적 성과로도 이어질 것이다.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 대표 yoonsup.choi@dhpartners.io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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