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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좋아요”… 도마뱀에 빠진 남자들

민동용 기자

입력 2020-04-10 03:00:00 수정 2020-04-10 03: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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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파충류사육학’ 책 펴낸 이태원-문대승-박성준-차문석씨

왼쪽부터 안상준 박영사 대표, 박성준 한국양서파충류협회 이사, 미스터 단, 문대승 이사, 이태원 회장. ‘양서파충류사육학’을 손에 든 미스터 단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량 파충류 브리딩(교배와 번식) 시스템을 도입한 파충류 전문가다. ‘파충류 소녀’로 알려졌던 김디에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한국양서파충류협회 제공
1997년 PC통신 천리안에는 ‘애완동물’ 카테고리가 있었다. 그 밑에 여러 소모임이 있었는데 ‘파충류방’도 그중 하나였다. 1975년생 동갑내기인 한국양서파충류협회 이태원 회장과 문대승 박성준 이사는 여기서 알게 돼 절친한 친구가 됐다. 서로 다른 대학에서 한문학, 디자인, 법학을 전공하던 이들은 종종 주말이면 서울 동묘 인근 수족관 거리에서 만났다. 양서파충류라고 해봤자 물거북이와 이구아나가 전부였던 때, 이곳에서는 낯설고 신기한 거북이와 도마뱀을 볼 수 있었다.

턱의 목주름을 부풀려 자신이 대장임을 주장하는 애놀 리자드. 박영사 제공
“당시에는 전국 어디서 누가 무엇을 키운다고 다 알려질 정도였어요. 애완용 뱀인 ‘볼 파이선’ 신종을 입수했다는 얘기를 듣고 기차를 타고 찾아간 적도 있습니다.”(이 회장)

2000년대 들어 인터넷으로 해외 파충류 애호가 사이트에서 찾은 진기하고 희귀한 거북이 등의 사진을 들고 수족관 거리에 가면 몇 주 지나지 않아 실물이 등장했다. 파충류 시장이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남미 아마존 물가 나무에서 서식하는 붉은눈나무개구리. 박영사 제공
2004년 디자인 회사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하다 애완동물 용품 업체에서 일하던 문 이사는 아예 파충류 가게를 차렸다. 당시 전국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파충류를 수입해 파는 가게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두 친구가 부추겨서 서울 관악구 신대방역 근처에 차렸는데 금세 사랑방이 돼버렸어요. 동호인들이 찾아와서 거북이 도마뱀 뱀 이야기하고 같이 저녁 먹고 그랬지요.”(문 이사)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시험 준비를 하던 박 이사도 시간만 나면 찾아왔다. 차문석 이사와 출판사 박영사의 안상준 대표도 당시 ‘동생’처럼 이 아지트에서 뒹굴었다.

“고시촌 원룸 한쪽 벽에 사육장을 놓고 거북이 5마리를 키웠어요. 아침마다 야채를 썰어서 먹였죠. 저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때도 있었지요.”(박 이사)

파충류 가게는 6년 만에 자본금을 까먹고 문을 닫았지만 이들의 파충류 사랑은 더 맹렬해졌다. 거북이 도마뱀 뱀에 관한 책을 썼고 문 이사와 차 이사는 직업전문학교에서 파충류 사육법을 가르치게 됐고, 이 회장은 생명과학박물관의 수석실장이 됐다.

어린 모습인 채로 성장하는 양서류 우파루파. 박영사 제공
2017년 11월 협회를 창설한 이들은 최근 ‘양서파충류사육학’(박영사)이라는 책을 펴냈다. 양서류와 파충류 사육에 대한 사실상 최초의 교재다. 합치면 사육 경력 100년이 넘는 4명의 실전 경험과 공부한 것들을 집대성했다. 전국에 파충류 숍이 250곳이나 되고 10만 명이 넘는 파충류 애호가들에게 올바른 사육문화를 알려주자는 뜻에서였다. 부주의로 ‘탈출시켜’ 생태계를 교란시키지 않도록 하자는 뜻도 담았다. 이를 토대로 협회의 양서파충류자격증 시험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거북이는 실내에서 키우면 일찍 죽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비만 때문이에요. 받아먹는 모습이 예쁘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먹이를 주다 보니 당뇨 콜레스테롤이 오죠.”(박 이사)

위급할 때 목주름을 펼쳐 몸을 크게 보이게 하는 목도리도마뱀. 박영사 제공
개나 고양이같이 사람과 교감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 보면 징그럽고 혐오감마저 드는 파충류에 이들은 왜 빠지게 됐을까.

“그냥 무작정 좋았어요. 양서파충류는 바쁜 일상에서 많은 시간과 관심을 들이지 않아도 되지요.”(이 회장) “이들의 색에 매료됐어요. 남들이 알아채지 못한 아름다움을 알아챘다고나 할까요.”(문 이사) “반려동물이 아닌 관상동물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생길 수 있지’ 하는 감탄을 느끼게 해주죠. 털이 없어 알레르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건 덤이고요.”(박 이사)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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