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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칼럼/김현진] 스타일인셀럽⑫ ‘개인의 취향’ 이민호의 포스트 메트로섹슈얼 패션

동아일보

입력 2010-04-08 12:37:00 수정 2016-01-11 13: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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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5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MBC수목 미니시리즈 ‘개인의 취향’ 제작발표회에서 함께 출연하는 손예진과 포즈를 취한 이민호. 스포츠동아 양회성 기자.

그가 돌아왔다. '꽃보다 남자'로 다양한 연령대의 여심을 녹인 현대판 테리우스 구준표 님이….

'꽃남' 이후 1년여 만에 선택한 MBC 새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 배우 이민호(23)가 맡은 역할은 모던한 '댄디 남'이다. 전직 'F4'시절, 고딩 재벌이라는 역할 설정상 손발이 오글거리는 스타일(소라빵 모양 파마머리, 여우털 코트 등)로 나왔던 만화 속 주인공이 이제 버스도 타고, 소주도 마시는 현실 속 남자로 돌아온 것이다.

스타일적인 관점에서 이번 작품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가 게이로 오해받는 역할을 맡았다는 대목이다. 물론 '게이=스타일리시'라는 공식을 들이대는 것은 동성애를 무조건 혐오하는 것만큼이나 지독한 편견이다. 하지만 패셔너블하거나 패션 업계에 종사하는 남성 가운데 유독 게이가 많다는 사실은 그가 드라마 속에서 선보일 '게이 패션'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생각해보면 샤넬, 크리스찬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칼 라거펠트와 존 갈리아노가 게이인것도, 구찌를 섹시한 이미지로 변신시킨 톰 포드나 얼마 전 자살한 알렉산더 맥퀸이 동성을 사랑하는 것도 우연이라기엔 너무 큰 공통분모가 아닌가.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이들이 많기는 하지만 국내 패션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풍문이다.

‘개인의 취향’에서 이민호는 게이 남자친구를 갖고 싶은 박개인(손예진 분)으로부터 게이로 오해 받는 역할을 맡았다. 사진제공 MBC.

▶ 게이 패션? 까칠한 성격의 전문직 남성 패션!

드라마는 이제 겨우 4편 방영됐지만 이미 '이민호 스타일'은 패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누리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발 빠른 인터넷 쇼핑몰들이 그의 드라마 속 패션을 본뜬 스타일들을 기획 판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게다가 그의 스타일리스트는 2004년 방영된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조인성을 메트로섹슈얼의 대표 주자로 변신시킨 '이에이지' 정혜진 실장이다. 그는 '꽃남'의 F4 전원과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 등의 스타일링을 맡았던 베테랑. 파격적인 남성 패션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그의 손끝에서 '개인의 취향' 속 이민호는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그러나 정 실장은 "게이가 아닌 게이로 오해 받는 역할인 만큼 '게이 패션'을 염두에 두고 스타일링을 하지는 않았다. 캐릭터의 성격과 직업을 표현하는 데 더 주력했다"고 말한다. 이민호가 연기하는 전진호는 까칠하고 개인주의적이지만 일에서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건축 사무소 소장.

지금까지 방송 분에서 그의 캐릭터는 옅은 회색의 더블칼라 재킷과 복숭아뼈를 살짝 덮는 짧은 스키니 면 팬츠, 차이나 칼라 셔츠, 맨발+로퍼 등의 스타일로 표현됐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보보스'적인 자유로움과 '에지'가 느껴지는 스타일이다.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 입은 투톤 컬러 슈트를 비롯, 드라마 속 의상의 90% 이상을 손수 제작한다는 정 실장은 "F4의 구준표는 블랙을 주로 입었다면 전진호는 부드러운 파스텔톤 등 소프트한 색상을 주로 입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3회부터 무심한 듯 걸치고 나온 자루형 가방도 스타일링 포인트. 아쉬울 게 없었던 구준표와 맨땅에 헤딩을 밥 먹듯이 하는 생계형 건축사 전진호의 차이는 가방을 드는지, 들지 않는지에도 있다.

▶ 환상의 신체 비율+연기력=정상급 광고모델

이민호는 이 드라마에서 현재 자신이 광고 모델을 맡고 있는 남성복 브랜드 '트루젠'과 청바지 브랜드 '뱅뱅'도 입는다.

'꽃남' 첫 회가 방영되자마자 발 빠르게 모델 계약을 맺어 지난해 6월부터 그를 '얼굴'로 내세우고 있는 인디에프 '트루젠'은 이민호의 모습이 담긴 TV CF가 방영된 이후 매출이 30% 가량 늘었다. 이 회사 홍보팀 제수호 대리는 "남성복을 여성이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다 이민호 팬 가운데 경제력 있는 20~30대 여성이 많다보니 우리 브랜드에서 남자 친구 또는 남편의 옷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한편 '뱅뱅'은 올 3월부터 이민호를 기용했다. 김영조 팀장은 "40주년을 맞은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쇄신하기 위해 젊고 대중적이며 밝은 이미지의 이민호를 모델로 발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민호는 이미 여러 패션 브랜드들의 러브콜을 받아 왔다. '꽃남'으로 인한 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 패션모델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그의 신체 조건이 연예인과 전문 모델을 각각 모델로 기용했을 때의 장점을 결합한 것과 같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사실을 광고 담당자들이 간파했기 때문이다.

이민호는 키 187cm에 허리둘레 30인치, 몸무게 60kg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어 전문 모델급 '하드웨어'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또 스스로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쓰는 신세대이기도 하다. 정혜진 실장은 "특히 옷의 라인이나 핏(fit)을 중시하기 때문에 바지 하나도 헐렁한 스타일보다는 슬림한 스트레이트 라인으로 갖춰 입는다"고 말했다. 옷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패셔니스타'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는 뜻. 패션계는 이러한 그의 평소 성향에도 플러스 점수를 주고 있다.

▶ 조인성과 이민호, 그들의 공통점은?

패션 업체들이 이민호에 앞서 '타고난 모델형 배우'로 점찍은 스타는 현재 군복무 중인 조인성이다. 조인성은 이민호에 앞서 수년간 '트루젠'의 광고 모델로 활동한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의 광고 촬영을 진행한 '트루젠' 김보현 대리는 "두 사람의 키와 몸매가 너무 흡사해 놀랐다"며 "이 두 사람이 역대 모델들 가운데 가장 전문 모델에 가까운 '아우라'를 풍긴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트루젠'은 이병헌, 송승헌 등 당대 최고 톱스타만을 모델로 기용해 왔다. 다른 패션 업체들 역시 조인성과 이민호를 '가장 옷 발이 잘 사는 남성 스타'로 꼽는 분위기다.

10년간 조인성의 스타일링을 담당했던 정 실장 역시 이런 평가에 동의했다. 그는 또 "두 사람의 키와 체형이 모두 비슷하지만 조인성은 작은 머리 크기와 상대적으로 발달된 상체가, 이민호는 곧고 가늘게 뻗은 다리가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조인성 이후 최고의 메트로섹슈얼 스타는 이민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인의 취향'의 진호 룩을 이 화두로 명명하기엔 뭔가 김빠지는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

조인성이 핑크색 꽃무늬 셔츠, 무지개색 벨트 등 전통적으로 여성적이라 평가받던 패션 아이템들로 화제를 모았던 2004년과 비교하면, 메트로섹슈얼이란 용어 자체가 진부하게 느껴지는 2010년 대한민국은 확실히 패션 판도가 크게 달라졌다.

"6년 전만해도 여성적인 패션 아이템을 남성이 사용하는 것 자체가 파격으로 받아들여졌어요. 하지만 지금은 남녀 패션을 구별하는 분위기가 많이 사라진데다, 해외 트렌드까지 꼼꼼히 챙겨볼 정도로 패션에 관심이 많은 '초식남'들이 많아져 더 이상 메트로섹슈얼이 화제가 되기 힘들죠."(정 실장)

이민호는 외모 가꾸기를 '목표'가 아닌 성공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포스트 메트로섹슈얼'의 표상이 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그가 모델로 활동하는 '뱅뱅'(왼쪽)과 '트루젠'(오른쪽)의 패션 광고컷. 사진제공 트루젠, 뱅뱅.

▶ '포스트 메트로섹슈얼'로 간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1990년대부터, 한국에서는 2000년대부터 남성 소비문화의 키워드가 된 메트로섹슈얼의 정의를 생각해봐도 2010년의 '트렌디남' 전진호를 메트로섹슈얼로 규정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용모를 꾸미는 일에 관심이 많은 도시 남성'인 메트로섹슈얼족은 '멋지게 보이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는다. 또 메트로섹슈얼은 문화권에 따라 동성애 뉘앙스가 짙게 깔린 용어로 해석되기도 한다.

게이로 오해받는 상황을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드라마 속 전진호 패션은 이보다는 '포스트 메트로섹슈얼'에 가깝다. '포스트 메트로 섹슈얼'은 패션과 치장 그 자체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메트로섹슈얼과 달리 외모 관리를 성공을 위한 '도구'로 생각한다.

2005년 글로벌 광고대행사 '인터퍼블릭'은 늑대 집단의 계층에서 최고 우두머리 수컷을 가리키는 용어 '알파 메일(alpha male)'을 활용해 포스트 메트로섹슈얼을 설명한다. 외모 관리와 패션을 성공의 도구 또는 표현 방법으로 생각하는 포스트 메트로섹슈얼족의 심리는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게이라 오해 받는 상황을 감수하는 드라마 속 전진호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포스트 메트로섹슈얼은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의 유통가를 휩쓰는 남성 패션의 화두이기도 하다. 7일 미국의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지는 "메트로섹슈얼이 화두가 됐던 지난 10여년간 패션 유통 업체들은 '소프트한' 남성들을 공략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써 왔지만 'Y 유전자'는 유행에 뒤지지 않는 프로패셔널한 스타일을 원할 뿐이지 선구자적 패션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스타성이 연기력에만 국한되지 않는 시대에 사는 이민호의 과제는 따라서 복귀작에서 안정된 연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조인성이 당시엔 생소했던 개념인 '메트로 섹슈얼'의 대표 주자로 '롱런'하는 이미지를 획득했듯 그 역시 남성 패션의 새 화두, '포스트 메트로섹슈얼'의 화신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이는 광고 모델로서 그의 '몸값'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꽃남' 출연 이후 수없이 들어왔다는 각종 영화, 드라마 섭외 가운데 그가 '개인의 취향'을 선택한 데도 이러한 트렌디 이미지를 형성하려는 계산이 있지 않았을까.

다행히 정 실장은 이민호의 장점을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스타일 제안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이를 체화하는 능력이 어떤 배우보다도 빼어나다는 평가다.

'꽃남 신드롬'을 일으킨 그가 스타일 아이콘으로서도 또 다른 신드롬을 일으키게 될까. 이제 갓 꽃을 피운 '성장형 배우'를 지켜보는 또 다른 재미가 여기에 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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